61세 하프 마라톤 도전기(신발, 4.3K, 2Kg)

 

61세 하프 마라톤 도전기 🏃‍♂️🔥


[1개 월차 7월]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뛰었다

1. 달리기를 반대하던 내가 신발 끈을 묶은 날

🚫 "그 고생을 왜 사서 하냐?"

솔직히 고백한다. 나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주 완강한 ‘달리기 헤이트(Hate)론자’였다.

3~4년 전 사위가 마라톤을 시작하고, 뒤이어 금쪽같은 아들과 딸내미까지 줄줄이 강변을 뛰기 시작했을 때, 나는 혀를 쯧쯧 차며 단호하게 잔소리를 퍼부어댔다.

“야 이 녀석들아, 무릎 다 박살 난다! 그 고생스러운 걸 왜 사서 하냐? 차라리 그 시간에 뜨끈한 국밥이나 한 그릇 먹고 집에서 편하게 쉬어라!”

그렇게 만나는 사람마다 달리기를 뜯어말리던 내가, 내 발로 운동화 끈을 질질 매고 밖으로 나가는 날이 오다니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그것도 청춘 다 지나간, 예순하나의 나이에 말이다.

🚨 몸이 보내온 위험 신호

달리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거창한 건강 관리나 원대한 꿈이 아니었다. 지독할 정도로 단순하면서도 가슴 팍에 콕 박히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작년 여름부터 유독 배가 남산만 하게 나오기 시작했다. 배가 나오니 허리를 꼿꼿이 세우려 해도 배에 힘이 도무지 들어가지 않았다.

밥을 먹고 의자에 앉아 자세를 잡으려고 하면, 불쑥 튀어나온 뱃살이 허벅지에 턱 걸렸다. 숨이 턱턱 막히고 옷 태는 엉망이 됐다.

‘아, 이러다가는 진짜 큰일 나겠구나. 내 몸이 무너지고 있구나.’ 나이가 드니 몸이 나에게 먼저 비명을 지르며 경고를 보내는 듯했다.

🎁 딸이 건넨 뜻밖의 선물

거울 앞을 서성이다가, 이미 열심히 달리고 있던 딸아이에게 넌지시 말을 꺼냈다.

  • “요즘 나도 몸이 예전 같지 않다….”

내 칭얼거림에 딸은 눈을 반짝이며 “아빠, 그럼 같이 뛰어볼래?” 하고 기다렸다는 듯 미끼를 던졌다. 그 다정한 한마디에 얼어붙었던 내 마음이 완전히 굳어졌다.

딸은 그날 저녁 중고 거래 플랫폼을 이리저리 뒤지더니 애플워치를 하나 구해 내 손에 쥐여주었다. 그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나는 바로 문밖으로 나갔다.

망설임도 없었고, 완벽한 장비 준비나 유튜브 강의 시청 따위도 없었다. 나이를 먹으며 생긴 두려움보다 ‘지금 안 하면 끝장’이라는 결심이 훨씬 더 컸기 때문이다. 그냥, 무작정 나갔다.

2. 첫날 4.3K의 기적? 알고 보니 2.5K의 엉터리 해프닝!

🏃‍♂️ "나 아직 죽지 않았네!"

첫 레이스의 역사적인 날은 2025년 7월 7일이었다. 내 생애 첫 스마트워치인 애플워치의 조작법이 낯설어 화면을 이것저것 꾹꾹 눌러보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발걸음을 뗐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면 헉헉대며 걷고, 숨이 조금 골라지면 다시 뚱땅뚱땅 뛰기를 무한 반복했다. 다 뛰고 나서 땀범벅이 된 채 워치를 확인하니 화면에 무려 ‘4.3K’라는 숫자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와, 나 아직 죽지 않았네! 예순 넘어서 처음 뛰었는데 4km를 넘게 뛰다니!”

온 세상이 내 것 같았고 어깨가 한껏 으쓱해졌다. 당장 자식들에게 자랑할 생각에 싱글벙글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 야속한 지도가 밝혀낸 진실

하지만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포털사이트 지도를 켜고 내가 지나온 동네 한 바퀴 동선을 콕콕 찍어 거리를 재보았다.

  • 화면에 뜬 진짜 숫자: 겨우 2.5K

알고 보니 기계치인 내가 워치를 조작하다가 실외가 아닌 ‘실내 트레드밀(러닝머신)’ 모드로 설정해 놓고 동네를 누볐던 것이다. 발을 구르는 진동으로만 거리를 계산하다 보니 오차가 엄청나게 발생한 셈이다.

첫날부터 엉터리 가짜 데이터를 찍어놓고 혼자 감격에 겨워 눈물까지 글썽였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피식피식 웃음이 터져 나온다. 하지만 숫자가 틀렸으면 좀 어떤가? 내 이마에서 흘러내린 땀방울과 등줄기를 타고 흐르던 그날의 뜨거운 설렘만큼은 가짜가 아닌 진짜였다.

🌧️ 폭염과 장마를 뚫은 단 하나의 다짐

기계 설정을 제대로 바로잡은 뒤에도, 초보 러너의 길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케이던스가 뭔지, 페이스가 뭔지, 인터벌이 뭔지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저 내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숨이 가쁘면 걷고, 살만하다 싶으면 다시 운동화 끈을 조여 매고 뛰었다.

그래도 하나만큼은 철저하게 지켰다. 바로 ‘매일 일단 나가는 것’이었다.

장마철이라 비가 주룩주룩 쏟아지는 날에도, 숨이 턱턱 막히는 한여름 폭염 경보 속에서도 무조건 밖으로 향했다. 일단 문 밖을 나서고 보자는 그 투박한 다짐 하나가 나를 7월 내내 버티게 했다.

3. 한 달 누적 68K 달성, 그리고 몸이 보내온 기적 같은 신호

📊 7월 한 달의 위대한 성적표


그 무모하고도 뚝심 있는 마음 하나로 한 달을 꽉 채워 버텼다. 7월이 끝나고 확인한 내 성적표는 그야말로 감격스러웠다.

  1. 최장 단일 거리: 6.07K 달성

  2. 한 달 총 마일리지: 무려 68K 달성!

  3. 몸무게 변화: 78kg $\rightarrow$ 76kg (2kg 순수 감량)

달리기 용어도 모르고 뛰어든 61세 왕초보 러너 치고는 그야말로 ‘기적’에 가까운, 꽤 대단한 훈장이었다.

⚖️ 식단 조절 없이 체중이 빠지다

마일리지가 쌓이자 내 몸도 서서히, 하지만 확실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야식이나 삼겹살을 끊은 것도 아니고, 식단 조절은 눈곱만큼도 하지 않은 채 오직 ‘달리기’ 하나만으로 순수하게 2kg이 감량된 것이다.

몸무게 앞자리가 바뀔 기미를 보이자, 나를 지배하던 동기부여의 차원이 완전히 달라졌다. 내 마음속에 ‘나도 계속할 수 있겠다’는 강력한 확신과 불꽃이 튀었다.

“아, 이게 정말로 되는구나. 예순이 넘은 노쇠한 내 몸뚱이도 멈추지 않고 움직이니까 변하는구나!”

그저 배가 너무 나와서 옷 입기가 싫어 시작했던 고육지책이었는데, 어느새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은 어디를 달릴까?’ 하며 운동화 쪽을 바라보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달리기의 힘을 비로소 뼈저리게 실감했다.

🏁 완벽한 준비는 없다, 그냥 나갈 뿐

나는 여전히 전문 용어도 잘 모른다. 워치 기능은 아직도 서투르고, 지나가는 사람이 보면 내 달리기 자세는 엉성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고 씨익 웃으며 신발 끈을 묶는다. 그거면 충분하다. 세상에 완벽한 준비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문을 열고 나갔고, 그 한 걸음이 내 삶을 통째로 바꾸고 있으니까.

준비가 덜 되었어도 괜찮다. 나이가 예순이든 일흔이든 아무 상관 없다. 망설이고 있다면 지금 당장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가보자.

7월의 땀방울을 뒤로하고, 더 뜨겁고 활기찬 8월의 길 위가 벌써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나의 하프 마라톤 도전은 이제 겨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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